Hwang Gyung-hyun

Note

Frame, Resizing, Flying, Replica 2023-04-09

액자 만드는 삶

 

도시, 삶의 현장, 흔적들을 쫓아 이를 회화로 재현하는 것이 <Drawing(Stroller)> 2014-2021이었다면, 12x12cm 연작의 배경은 화가이자, 아티스트 그리고 블루칼라인 나의 삶의 한 시(時)에서 출발한다. 2021년부터 나는 파주에 위치한 퍼블릭 액자를 만드는 곳에서 시간 노동자로 근무하며 액자 만드는 법을 배웠다. 어떤 예술이 구현되는데 맥락은 극(劇) 적 재료로 사용되는데, 2017년 대기업 쇼핑몰 콜센터에서 1,000시간을 근무하며 취한 재산(경제적, 지적)으로 기획한 아트마켓 <Drawing XXX>가 그랬듯, 내겐 앤더스 에릭슨의 10,000시간의 법칙처럼 ‘삶’ 속에서의 지난한 시간, 체험이 그것이다. 또한 이는 화가의 업을 짊기로 한 내가 그림의 지지체(종이)와 미디엄(콩테)를 넘어 이를 보조하는(물리적, 미적 또 형식으로부터) 프레임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선 필수적인 과정이다. 흔히 동양문화에서 묘사되는 사제(師弟) 관계를 들여다보면 하나의 깨우침을 향해 작고 어려운 일을 시간을 들여 반복하는데, 자르고 나르고 포장하는 일을 시작으로 5,000시간 동안 이어간 끝에 배움 끝에 점점 전문가가 되어간다.


 

12x12cm 연작에 관한

 

12x12cm 연작은 ‘액자 공방’에서 사용하고 남은 로쓰 자재를 재산 삼아 규격을 정하기로 했다. 내게 맞닿은 가장 자연스러운 프레임의 재료를 찾는데 이는 더할 나위 없었다. 보통의 그림은 구성(Composition)이 우선 되고, 그 이후에 프레임이 그림을 보조하지만 12x12cm 연작의 경우 전체 구성을 위해 평시 주(主)가 되는 그림이 부(主)의 역할로 개입하는 아이러니에 놓인다. 대부분이 레플리카로 구성됐다.

 


 Flying 2021

 

현대 사회, 현실을 구성하는 재료로서의 이미지(미디어)는 스스로 끊임없이 복제, 편집(Crop) 한다. 창작의 욕구를 실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엄격해질 수 없는 세계로 닿아있다. 그러니까 이전에 어떠한 가치를 획득한 이미지는 그 권력으로 언제 어디에서든 대량 생산되어 또 다른 지위를 획득해 냈다. 시장을 중심으로 전개된 모든 곳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곳에서 ‘원작. 원본’은 어떻게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의 첫 작업인 <Flying 2021>에서는 2019년 발표한 비행기 꼬리 그림 <Flying>을 리사이징 하여 스케치업으로 작성된 전시 계획도에서 화이트월 한 면에 하나의 그림을 여러 개 복제해 나열한 이미지를 상상하며 작업을 구성했다.(아래 이미지 참조)



(Flying 2021) 



Replica

 

12x12cm 연작의 그림들은 대게 <Drawing(Stroller)>의 레플리카로 구성된다. 그 모델 중 일부는 이미 전시 혹은 소장을 통해 어떤 가치를 평가받아 저만의 역할이 생긴 그림들이다. 다만 원작의 이미지를 텍스트로 ‘그리기’하여 판화나 프린팅보다는 원작으로부터 덜 충실한 방법을 택했다. 말하자면 이 그림에는 단지 몇 번째 레플리카인지가 기록될 뿐, Edition의 개념이 통용되지 않는다. 마찬가지 리사이징을 통해 모작의 경계에서도 빗겨 나 경우에 따라 원작과는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그림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총 18종의 원작 이미지가 붕어빵 틀처럼 텍스트가 됐고, 이로부터 12x12cm의 레플리카가 넘버링 되어 생산된다. 언젠가 이를 생산할 노동자의 수가 늘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