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 Gyung-hyun

Interview

비속어로 자본주의에 균열내기 _ 류혜민(2017) 2019-12-09

<비속어로 자본주의에 균열내기>

 

인터뷰 진행 - 류혜민(독립기획자)

 

일자 : 2017. 8. 8.

장소 : 인천아트플랫폼 황경현 작가 작업실

 

작가 황경현을 떠올리면 그가 2014년부터 진행 중인 <역마> 연작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그는 콩테를 사용해서 도시의 풍경과 일상을 재현하는 흑백 그림을 주로 그려왔고, 그 그림에는 지하철이나 터미널, 관광지 등을 오가는 군중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2015년 개인전 <흑백군중>을 시작으로 <흑백공간>(2015), <시대역마>(2016), 그리고 올해 열렸던 <도시산책>(2017), <Drawing Room>(2017)까지 그는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익숙했던 작품 외에도 그가 진행했던 다수의 프로젝트를 확인할 수 있는데, 가령 2016년 경기창작센터에 입주해 있을 때 오픈스튜디오 행사의 일환으로 선보였던 <노래방 프로젝트>SNS에서 발견되는 현상들과 미술계의 부조리를 엮어 편집한 영상작업인 <지라스:찌라시>가 그것이다. 흑백 그림 이외에 황경현이 시도해오고 있는 프로젝트 중 올해 6월에 시행했던 <비속어매입공고>를 통해 11월 문을 열 아트카페 <Drawing xxx>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Q: 콩테 드로잉 작업과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프로젝트성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콩테 작업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하는 모든 작업들은 결국에는 드로잉이에요. 여기서 드로잉이라는 개념은 언젠가 발현시킬 하나의 완성품이 있다면, 그 시기에 다다르기까지 모든 행동이나 결과물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현재까지 제 작품들의 캡션을 보면 동일하게 ‘Drawing(드로잉)’으로 표기되어 있어요.

 

Q: 이번에 하시는 프로젝트 작업도 제목이 <Drawing xxx> ?

 

A: , 맞아요. 드로잉 시리즈는 도록도 컨셉을 동일하게 맞춰서 만들고 있어요. 그림 전시는 또 다른 컨셉으로 도록을 제작하고 있고요. 그 둘을 구분했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드로잉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Q: <Drawing xxx>에서 xxx는 어떤 의미인가요?

 

A: 이번 프로젝트 참여 작가님이랑 작년에 제목 얘기를 잠깐 했었던 적이 있는데, 외국에서는 xxx가 비속어로 사용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제목이 로고로 사용될 거라 의미와 디자인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선택하게 됐어요.

 

 

Q: 전시는 어디에서 진행이 되나요?

 

A: 여기(인천아트플랫폼 황경현 작가 작업실)에서 진행이 돼요. 생활공간과 작품 보관하는 공간만 남겨두고 전시 공간을 연출을 할 예정이에요.

 

 

Q: 여기 일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했네요!

 

A: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다른 곳을 대관을 하면 프로젝트 진행을 못 하겠더라고요.(하하) 전시 때는 코디네이터가 한 분 계셔서 음료나 작품 판매를 도와주실 거고, 저는 앞에서 어떤 과정으로 진행이 됐었던 프로젝트인지 설명해드리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Q: 전시에 참여하게 될 다른 작가 분들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분들은 어떤 역할을 하시게 되나요?

 

A: 저까지 포함해서 4명이 참여를 하게 되는데요, 세 분은 이번에 비속어 매입공고 심사에 참여를 하셨던 분들이에요. 그분들이 심사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드로잉을 출품해주실 거고, 일부 드로잉은 굿즈로 제작할 거예요.

 

Q. 비속어를 매입한 후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굿즈나 드로잉으로 재가공할 할 때, 무형의 음성, 그리고 비속어라는 특수성을 가진 음성을 재가공하는 시도에서 주목하는 점 무엇인가요?

 

A: 비속어 매입공고가 시행되고 실제 매입까지 이루어졌어요. 이제는 비속어매입이 된다.’는 것까지 실제 일어난 일이 된 거잖아요. 이런 상황에 대한 생각들이나 아니면 평소 비속어라는 개념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물질로 가공해서 마켓에 내놓게 될 거예요. 결국에는 어떤 상황이나 개념을 작가가 재가공하는 과정이고, 그게 다시 판매가 되었을 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A(비속어를) 팔았고, B는 그걸 받아서 무언가를 만들어서 마켓에 내놨는데, C가 와서 사가는 그런 과정들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이번 비속어 매입공고 프로젝트였어요.

 

사실 이런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도 개인적인 이유에서 출발을 했었던 건데요, 사회생활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몸과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강원도로 휴가를 간 적이 있는데, 한적한 곳에서 쉬고 있으니 사회생활에서 쌓였던 분노들을 금방 잊게 되더라고요. 우리가 하루를 살기 위해 내는 돈 이상을 벌고, 그 돈으로 며칠을 즐기고 있으니까 안 좋은 것들은 그 안락함에 묻히더라고요. 주어진 시간과 돈이 떨어질 때쯤 스트레스가 다시 돌아오는 걸 경험하니까, “아 이런 감정들은 소멸되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 잠시 파묻혀있다가 다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거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현상들을 작업으로 풀어보면 어떤 드로잉이 될까 하는 생각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동기에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온라인 쇼핑몰 고객센터에서 일을 했는데, 일종의 수행 같은 개념이었어요. 이 프로젝트를 처음 생각했었던 게 작년 10월이었고, 고객센터에 취업을 한 게 11월이에요. 제가 일하면서 정확하게 1,000시간을 채우고 나왔거든요. 원래는 2,000시간을 채우고 나오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하하)

 

 

 

Q: 고객센터에서 근무하실 때 경험하셨던 건 어떤 종류의 수행이었던 거예요?

 

A: 언어를 실제로 많이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나랑 비슷한 분노에 차 있었던 사람들과 얘기를 해보는 훈련이라든지. 일련의 과정이 개입이 되어야 논리성을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Q: 미리 계획된 과정이 있었네요! 이 프로젝트에서 '음성'을 매입한다는 컨셉이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는데, 왜 하필이면 비속어였는지가 궁금했어요. 예를 들면 칭찬을 살 수도 있는 거고, 여러 종류의 음성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비속어에 주목하게 된 계기나 이 프로젝트에서 비속어를 통해 의도하고 있는 관점이 있을까요?

 

A: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소비를 통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자본주의가 안착되기 이전부터 비속어는 인류가 갖고 있었던 고유한 것이잖아요. ‘우리가 스트레스를 덜어내기 위해 값없이 사용하던 언어까지도 사고파는 것이 가능할까하고 질문하는 약간은 나쁜 의도의 프로젝트였어요. 만약에 (비속어 매입공고) 참여자가 많았다면 슬펐을 것 같아요. 반대로 참여자가 없었다면 이러한 질문들에 일정 부분 여지를 남겨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후자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어요. 처음에 이 기획서를 제출하고 이 프로젝트에 대한 심사를 받을 때도 그런 이야기가 오갔었어요. “참여자가 너무 많으면 어떡하냐”, 반대로 너무 적으면 어떡하냐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에도 지금과 같은 대답을 했었어요. 개인적으로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애매한 상황이 되는 것을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그런 상황은 모면한 것 같아요.

 

 

Q: 그러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속어까지도 돈으로 살 수 있을까를 실험하신 거네요. 매입이 종료된 시점에서 결과를 어떻게 판단하고 계세요?

 

A: 사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도 모를 것 같아요. 어떤 한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지속성을 가져야 하는데, 그 지속성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제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서요. 이번 프로젝트는 지속성을 갖고 어떤 결과를 도출하는 것보다 발상의 문만 열어두는 게 목표였어요. 단기 프로젝트 작업의 한계점이기도 해요. 다만 이런 속성이 예술의 성격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뭔가를 반짝 보여주고 알아서 하게 두는, 저는 그런 역할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결과를 말할 수는 없고요.

 

 

Q: 저도 매입된 비속어를 들어봤는데, 매입이 제안된 비속어들의 성격이 각자 다 다르더라고요. 혹시 공고를 하실 때 예측했던 비속어가 있었나요?

 

A: 공고 구입대상란 에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비속어’, ‘비속어라 볼 수 있는 모든 음성이라는 조건을 명기했는데, 이 조건을 통해 비속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 의도였어요.

비속어라는 것이 사람들한테 단순히 욕이라는 개념인 건지, 아니면 짜증 섞인 신음 소리 같은 것인지, 아니면 아빠 돈 많이 벌어와같은 말일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말이 비속어일지. 출근 시간에 지하철 소리, 사람들 움직이는 소리에도 스트레스가 오잖아요. 스트레스를 주는 소리 자체를 비속어로 생각을 하는 건지, 아니면 사람들이 표준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을 비속어로 생각하는 건지, 그 모든 사례들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사실 어떤 형식으로 지원을 해도 상관없었고, 어떤 음성도 매입할 의사가 있었어요. 20명이 넘어가면 좀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요.

 

 

 

Q: 매입의 한계가 20명이였군요.(하하)

 

A: . 처음에 매입 금액을 최소 5만원으로 생각을 했었어요. 음원이 거래되는 가격 기준에서 참고를 한 것인데, 노래나 음악을 만들어서 판매할 때 분당 얼마, 이런 규정이 있더라고요. 그 기준과 제가 고객센터에서 일하면서 받았던 급여 등등으로 산출한 금액이 5만원이었고 제가 최대 매입할 수 있는 개수가 20개 정도라고 예상을 하고 있었어요.

 

 

Q: 비속어의 매입금액은 어떻게 책정이 되었어요?

 

A: 심사위원들이 책정해 주신 금액에서 최대, 최소 금액은 뺐고요, 중간 평균치를 내서 반올림을 해서 책정을 했어요.

 

 

Q: 다시 기존에 진행하셨던 작업으로 얘기를 돌려 볼게요. <지라스:찌라시><방주>의 경우에 SNS 같은 가상공간에서 사람들에 의해 소비되는 이미지나 현상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프로젝트의 시도들이 작업의 중요한 소재인 익명의 군중들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A: <지라스:찌라시> 같은 경우에는 <역마>연작 시리즈의 외전 격인 작품인데, 흑백 그림을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랑 저 자신을 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 사람들과 저의 삶의 형태를 보게 되었거든요. 주로 SNS에서 사다리 타기나 불법 도박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관찰을 했었어요. 법원 같은 데에 가면 위기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또 다른 위기에 다시 빠트리기 위한 광고들이 많이 있거든요. ‘미수금 받아드립니다라든지, ‘신용불량자 대출 가능이라던지. 주로 도움을 받을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빠지더라고요. 이런 비슷한 상황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영상을 보시면 12분 동안 황 화백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자기소개를 하면서, ‘나한테 투자를 하면 부동산 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으실 수 있다.’는 식의 사기를 치는 광고 영상이 상영됩니다. 홍보 찌라시를 몇 백 장을 만들어서 강북, 강남에 부자 동네의 전봇대에 붙여 놓거나 뿌리는 퍼포먼스로 마무리 한 작업이었어요.

 

Q: <찌라시>가 작년에 하셨던 작업이였고, 올해 <비속어매입공고> 프로젝트를 진행하시고 계시는데요, 두 작업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는 점은 군중이나 익명의 사람들에서 도박과 관련된 사건을 끄집어 낸다든지, 비속어라든지 어떻게 보면 네거티브한 소재들에 관심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A: 아마 이런 소재를 큰 그림에서 작업으로 보여주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저는 조금 더 개인적이고 사적인 사건으로 접근을 하고 싶었어요. 정말 작은 개인의 사건이 결국 사회적으로 확장된다고 해야 할까요. 모든 것이 시스템으로 간소화된 현대 사회에서 개인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적인 사건에서 출발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어요. 제가 바라보는 네거티브한 소재들은 대부분 제가 움직이는 동선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삶의 형태 중에서 봤던 장면이었어요. 작가를 지망하는 동료들이나 친구들을 봤을 때 다들 한번 씩 경험하는 일들이거든요.

 

Q: <비속어 매입공고> 프로젝트 이후에 다른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계세요?

A: , 계속할 생각이에요. 지금 구상하고 있는데 아직 명확하게 실행 계획은 준비를 하지 못했어요. 좀 더 완성도 있게 준비해보고 싶어요.